olympus XA2_똥손 성공기 (成功記)

《 olympus XA2_똥손 성공기 (成功記) 》

 

이 글은 수리 방법을 말하는 수리기가 아니다.

XA2의 수리나 분해로 이글을 찾았다면,  글 제일 아래에 유튜브 링크가 있다.  이 글을 무시하고 아래로 내려 가시면 된다. 링크는 XA2가 아니라 XA이다.

 

이글은 똥손이 올림푸스 XA2의 렌즈 덮개 수리를 감행하여 성공하고 말았다는 大 성공기이다.

읽는 가운데, 수리에 대한 용기와 호기심을 얻을 수도 있다.

물론 당신 역시도 똥손이라는 전제하에.

 

 

"누군가에게는 애들 장난,

나에게는 똥손의 성공!"

 

 

1. 올림푸스 XA2는 (XA 시리즈가 다 그렇다) 렌즈 덮개를 미닫음으로써 전원을 켜고 렌즈를 노출 시키는 구조이다. 이 렌즈 덮개의 정식 명칭은, XA2 메뉴얼에 의하면 'the Dust Barrier'이다.

 

아래. 렌즈를 노출, 전원 ON 상태

 

그런데 최근에 입수한 나의 XA2는 덮개가 얼마나 뻑뻑한지 양 손 엄지로 강하게 밀고 당겨야 열리고 닫힌다. 일상 생활에서는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매우 강한 힘이다. 여닫힐 때 긁히는 소리도 아주 성가시고 거슬린다.

 

2. XA2가 오래된 카메라(무려 1980년 ~ 1986년 생산) 인 것 만큼, 사용을 안해서 그런가 하고 엄지에 힘을 바짝 주고 수십차례 덮개를 왕복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 상태로 이미 장전한 한롤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3. 완전 수동 롤라이35완전 자동 리코 FF 9d를 쓰다가 '멀리' '전신' '상반신', 3단계 거리만 조정해서 찍을 수 있는 XA2는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현상&스캔 후의 만족도가 높아서 실사용하는 것 외에 소장용으로 하나쯤 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 전에 렌즈 덮개를 여닫는 문제는 해결하고 싶었다

 

4. 블로그와 유튜브에 XA, XA2에 대한 분해, 수리 영상을 찾았다. 그러나 나처럼 렌즈 덮개 문제가 아니어서 영상대로 덮개를 분리해낼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XA2와 한조를 이루는 플래시 'A11'을 이미 해먹은 상태여서 주눅이 든 상태였다. (A11은 발광이 되지 않는... 고장)

 

아래. A11을 해먹은 사진.

(고치지도 못했고, 원상태도 돌리지도 못했다. 똥손인 증거사진)

 

5. 그런데 오늘 아침. 전날에 마신 '꽃빛서리'의 영향력 아래, 이른 출근이었고, 시간이 충분하다는 판단.  이까짓 이름만 거창한 the Dust Barrier !!

 

6. 우선,  배터리를 빼내고 덮개를 열어 렌즈를 노출 시켰다.

그리고 카메라 밑판 나사를 풀고 드뎌 밑판을 열었다. (덮개를 분리하려면 밑판부터 열어야한다.) 

- 링크된 영상을 반드시 보시라. 순서가 틀렸을 수도 있다.

 

아래. 밑판을 열고보니..

 

 

7. 아름다웠다

 

8. 밑판의 기어와 세밀한 시스템에 손이 안가도록 주의하면서 렌즈덮개를 살짝 들면서 바디로부터 분리해 내었다. 이때 주의할 것은 덮개가 분리되면서 바디와 덮개 사이에 있는 아주 작은 롤러가 대책없이 빠진다는 것이다. 물론 빠져야 정상. 링크된 영상에도 그것을 주의하라고 한다.

즉..  빠진 롤러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

덮개 안쪽과 레일 역할을 하는 부분을 닦아내고 테스트 해 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뻑뻑했으며 소음이 났다.

아.. 나는 역시 똥손인가... 

롤러를 끼우지 않고 (정확히는 홈에 '올려두지 않고'가 맞다.) 덮개를 장착하여 테스트를 했더니.. 성공이었다. 부드러웠고, 소리가 나지 않았다. 원인은 작은 롤러 때문임이 밝혀졌다. 그런데 롤러 없이는 덮개가 고정이 되지 않았다.

 

9. 덮개가 뻑뻑한 것은 롤러가 올려지는 홈 안에 구리판의 각도 때문에 롤러가 너무 튀어 나왔기 때문이었다.

드라이버로 홈 안에 있는 (건전지 접점처럼 작은) 구리판을 조심스럽게 몇차례 눌러줘서 높이가 낮아지도록 했다. 그 단순한 작업 중에도 힘조절이 안되어 드라이버가 홈 안으로 쑥 들어가서 깜짝 놀랐다. 다행이 내부 부품은 건드리지 않은 것 같다.

조심스럽게 롤러를 올리고 덮개를 끼운 다음,

테스트...  대성공 !!!  ㅇ희열!!

 

10. 왼손 엄지로 아주 부드럽게 밀고 당길 수 있게 되었으며, '달칵' 하는 소리도 경쾌했다.

 

11. 대단한 작업이었다. 성취감에 가슴이 뿌듯했고 나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12. 롤러의 높이를 잡는 그 작은 구리조각이 양손 엄지 손가락의 힘을 버텨내고 있었다는 것이 믿기질 않는다. 손톱 밑에 박힌 가시가 이런 것일까... 싶다. 

 

13. 전세계의 똥손들과 나누고 싶은 노래 가사가 있다. 비틀즈다.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당연히 dreamer 을 '똥손'으로 바꾸면 된다.


14. 오늘 필름이 도착했다. 뿌듯한 마음으로 XA2에 장착했다.

 

 

15. 유투브 링크이다. XA2가 아니라 XA분해 영상이지만, 렌즈 커버를 분리하는 방법은 같다.

4분 53초 지점부터 보시면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U9z3759ifs8 

 


추가글 ; 성공에 들떠있을 때, 옆사무실의 젊은 선생이 업무 때문에 방문했다.

알고 보니 이 젊은 선생(30대 초반)도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었기....

 

각설하고,

이 분께  필름이 장착된 롤라이35를 보여주고, 촬영방법을 설명한 뒤, 나를 한컷 찍어달라고 했다.

이 분은 어색한 자세로 셔터를 눌렀다. 느리게 끊기는 셔터음에 잠시 감상에 빠진 것 같았다.

그리고 필름 장전 레버를 돌려보라고 했다. (롤라이는 장전이 되어야 렌즈를 갈무리 할 수 있다. 침동식.)

필름 장전, 그리고 원위치로 회귀하는 레버.

이 젊은 선생의 표정이 바뀌었다. 

장전의 손맛. 필름이 감기는 긴장, 필름의 이동, 레버가 바디에 부딪치는 소리.

필름카메라의 감성은 감각_촉각,청각이라는 것이 분명해 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미소지었다. 세대공감.

거봐, 그럴 줄 알았다고.

 

추가글 ; 이분께 펜탁스 50.4 를 증여했다.

 

이미지 맵

별거없다

▒▒▒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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