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여행의 순간들》

분리수거를 했다.

도대체 이놈의 종이상자들은 어디에 있다가 처 기어 나와서 입을 헤벌리고 있을까.

 

상자의 빈 공간은 그 크기만큼 공허하다. 


그래서 맥주를 땄다. 얼마 전에 줌렌즈를 포기하고 영입한 아주(!) 비싼 헤드폰을 꼈다. 그리고 PC에다가 BTD600이라는 요상한 물건을 끼우고 레이디가가의 Just Dance 를 돌렸다. 과연..!!

 

최근에 찍은 사진을 열어보니 영 맨숭맨숭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신 닫아놓은 카테고리에서 한장을 찾았다.

 

2012. 8. 31 코엑스 '반디앤루니스'

 

서울 강남의 지하도시에서 나는 한때의 시공을 점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이 블로그에서 이미 세 번이나 사용했다.

이날은 멀리서 고향 친구가 온 날이다. 코엑스 반디앤루니스 서점에서 친구에게 줄 책을 샀다. 후지와라신야의《여행의 순간들》.

약속 시간까지 서점 앞에서 죽치고 앉아 수록된 사진을 훑다가 한 컷을 찍었다. 아쉽게도 그때까지 읽은 후지와라신야의 글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날은 술을 많이 마셨다. 인생폭음일이라고 할만했지만, 나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 살다보면 그런 날도 있나보다 싶었지만 실은 어떤 감정에 휩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읽을만한 사진에세이를 찾는다면 후지와라신야의《동양기행 1, 2》청어람미디어. 를 권하고 싶다. 알라딘에서 찾으니까 '작가정신출판사'에서 새로 출간했다는 정보가 있다. 목차를 보니 청어람미디어 출간과는 번역이 좀 다르지만 같은 내용으로 보인다. (가격은 .... 많이 비싸졌다..)

《동양기행 1,2》의 글은 무겁고 사색적이다. 사진은.. 선정적이고 음울한 톤 일색으로 느껴진다. 그렇지만 문질빈빈文質彬彬에 미치지 못하는(사진과 글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에세이에 지친 사람이라면 읽을만 하지 않을까 싶다. 

후지와라신야는 《황천의 개》로 만났다. 소설, 수필, 르포 등등의 갈래가 구분되지 않는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지금 읽는다면 다소 싱거울 수 있겠다. (그만큼 많이 읽었다.)  《동양기행 1,2》가 마음에 든다면 《황천의 개》, 《인도방랑》까지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 외에 몇 권의 책은 별로여서 같은 작가가 맞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긴 3월이 시작이다. 그래서 시간이 더 빨리간다.

시간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이미 마음은 내년 2월에 다달았다.

이미지 맵

별거없다

▒▒▒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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