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2

슬픔은 간이역의 코스모스로 피고

스쳐 불어온 넌 향긋한 바람

나 이제 뭉게구름 위에 성을 짓고

널 향해 창을 내리 바람 드는 창을

- 김창완 노래 「너의 의미 중

 

아이유와 김창완이 같이 부른 곡이 유튜브에 있더라.

아이유의 고운 목소리와 약간 신경질적인 김창완의 목소리가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가사가 워낙에 심상찮다.

작사가는 시인으로 검색이 되는데, 슬픔은 간이역의 코스모스로 핀다는 구절은 참 아름답다.

목소리, 곡조, 가사가 지극히 조화로운 명곡이라고 생각한다.

 

즐거워하되 정도에 지나치지 않고

슬퍼하되 상처받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樂而不淫 哀而不傷 낙이불음 애이불상 논어

 

공자孔子(B.C 551-479)가 「관저關雎」라는 노래를 평가한 것이다. 공자는 음악의 효용을 잘 알고 있었으며 스스로 연주하고 즐길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공자 시대의 음악은 지배층이 되려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으로 직접 연주하고 노래했을 것이다. 공자의 평을 어렵게 접근하면 한정이 없겠고 ‘넘치지 않고 적당하게 즐기는’것으로 보면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헤드뱅잉, 가슴을 부여잡고 울부짖는 태도나 창법은 ‘낙이불음 애이불상’과의 거리가 아주 멀 것이다. ㅋ

한 번에 배출하는 즐거움과 슬픔은 그것을 배가하거나 해소하는데 도움(현타!!)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보통의 우리는 그것을 반복할 수도 없거니와 계속된 반복은 감정을 무디게 만들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관저」를 비롯한 삼백여 곡이나 되는 공자이전 시대의 노래가 전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

 

위와 관련해서 「관저」가 수록된 《모시毛詩》의 서문에는 재미있는 내용이 있다.

 

"감정이 마음속에서 움직이면 말에 드러나고,

말로 부족해서 감탄하고 탄식한다.

감탄하고 탄식하는 것으로는 부족해서 길게 노래하게 되고,

길게 노래하는 것으로는 부족해서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춤추고 발로 구르게 된다."

情動於中而形於言 言之不足 故嗟歎之 嗟歎之不足 故永歌之 永歌之不足 不知手之舞之足之蹈之也

 

원문과 풀이 모두 동양고전종합DB에 수록된 '모시정의'(毛詩正義)에서 갖고 왔다. 그러나 풀이는 내가 임의로 끊어서 옮겼다. (그게 더 쉬워 보여서)

윗글에 이어지는 내용은 음악의 사회적 효용으로 범위가 넓어져서 재미가 떨어지지만, 말에 드러난 감정이 노래와 춤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 알기 쉽고 흥미롭다. 게다가 '~로는 부족해서'라고 연쇄한 것에서 한문의 전범을 보는 듯하다. 무려 2천 년 된 주장 아닌가.ㅎㅎ

 

그런데 동양고전종합 DB에 윗글에 관한 소(疏 - 설명에 해당)를 번역한 곳은 영 마뜩잖다.

 

"처음 말을 할 때에는 다만 平易하게 말할 뿐이니, 평이하게 말하여 뜻을 다 표현하지 못하면 말로 뜻을 다 펴지 못할까 염려하여 감탄하고 탄식함이 어울려 이어지고, 감탄하고 탄식함으로도 부족할까 염려하여 길게 소리를 내어 노래하고, 길게 노래를 하는 것으로도 부족할까 염려하여 문득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춤추고 발로 구르게 된다는 것이다."

-원문생략. 동양고전종합 DB에서 인용

 

원문의 "猶嫌不足"을 "부족할까 염려하여"라고 번역하는 것은 자구(字句)만 따라간 것이라 무슨 말인지 알아먹기 힘들다. 아마도 동양고전종합 DB가 직역을 우선해서 그런 것 같다.  

嫌(혐)은 ‘염려한다’ 보다는 '불만스럽다'가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그러니까 '여전히 부족한 것이 불만스러워' 탄식하고, 길게 노래하고, 춤을 추게 된다는 흐름으로.(이것이 맞을 것이다.) '부족할까 염려하여'로 풀이하는 것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데다가 뭔가 끙끙대는 느낌이라 역시 불만이다. 그 뜻을 충분히 전달하는 서문에 불필요한 설명을 덧붙였을 따름이다.

 

요즘도 교회에서 ‘감사 찬송’이 있는지 모르겠다. 보통은 저녁 예배의 작은 행사로 일가족이 앞으로 나가서 찬송하는 것이다. 슈퍼 앞 편상에서 늙수그레한 중년들이 막걸리 마시다가 끼리끼리 노래를 불렀다. (싸우지 않을 경우에) 우리도 소풍을 가면 노래를 부르면서 공원이나 산으로 향했다.

개인이 개개인으로 해체되기 이전의 모습일 것이다.

노래방이 아니면 노래를 부르지 않더라. 같이 좀 불러볼 참으로 마이크를 잡으면 눈총을 보내더라. (물론 혈중 알코올 농도에 따라 사정은 달라지겠지)

 

시詩를 노래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듣는 음악 역시도 자기도 모르게 손과 발로 춤을 추게 되더라.

역시 혈중 알콜 농도에 따라...

 

2023-4-13

 

 

좀 더 좋은 음악을 좀 더 좋게 들으려고 하는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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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없다

▒▒▒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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