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너바나(nirvana)

90년대가 기울어져 가는 어느 해 너바나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TV프로그램이었는데 , 내 기억이 맞다면 '비틀스에서 너바나까지'다. (EBS제작이라서 혹시 유튜브에 있지 않을까 했지만 찾을 수 없다.)

인기가 있었는지 두 편을 한편으로 요약하여 재방송도 했다.

레코드 가게 점원에게 너바나의《네버마인드nevermind》를 달라고 했더니 무척 반색하면서 CD를 찾아 주었다. 그리곤 '정말 멋진 음악'이라고 했다.

그들을 다룬 책을 읽고 팬까페에 가입하고 허와 실을 찾았다. 한때는 내가 믿고 싶은 하나의 이야기를 선택했지만 결론은 전설, 주작, 허상 어떤 스토리이건 간에 남은 것은 그들의 음악이란 뻔한 사실이다.

 

2023-4-23

 

 

오랜만에 CD롬에 네버마인드를 장착해서 전곡을 들었다. 내가 젊었다는, 아직 세상의 경험이 저장되기 전의 빈 디스크에 잔뜩 뭔가가 채워졌다가 한 번에 사라진, 그들의 음악은 내게는 그랬다. 

그래서 '전 음악이 없으면 못살아요..' 하는 젊은이의 멘트가 이해가 된다. 그것은 밀고왔다 밀려갈 뿐 채워지지 않는 젊은 공허함일 것이다. 못 산다는 것은 결국 채울 수없다는 말임을 그도 깨닫게 될지 모르겠다.

 

너바나 '네버마인드'의 네 번째 곡 BREED 를 윤도현밴드가 부른 것이 있더라.

살짝 아쉬움도 있지만 보고 들을만 하다. 

 

 

CD를 바꾼다.

장기하와 얼굴들의《별일없이 산다》를 넣었다.

이 앨범에는 가사가 있는 작은 책자가 뜬금없이 '숨겨져' 있다. ㅋㅋ

세 번째 곡 「오늘도 무사히」가 제일 좋다.

 

넘어질 듯 서 있는 그 사람의 마음엔 아무 관심이 없으면서

새까만 두 눈을 전혀 떼지 않고 마음을 다해 듣는 척을 했어

기댈 듯 다가오는 그 사람의 입술은 붉은 한숨을 토해냈어

슬몃 불어오는 바람을 잠시 쐬고 발걸음을 돌려서 성큼성큼 걷네

 

뻔한 것을 뻔하게 숨겨놓은, 멋진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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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없다

▒▒▒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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