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 雜說

삶은 무의미하기 때문에 진지한 문제가 된다.

스승의 날에 즈음하여...


며칠 전부터 졸업한 제자들 몇몇이 찾아들었다.

나에게 고마운 일일뿐만 아니라

찾아갈 선생이 있다는 것, 그 친구에게도 복된 일이다.

(나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 갈만한 선생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다.)


선생만큼 사회적 선(善)을 강제 당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나는 좋은 의사일까?

나는 좋은 기술자일까?

나는 좋은 관료일까?

나는 좋은 .....


물론 이런 고민을 하는 분들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좋은 선생일까?" 라는 고민이 자연스러운 세계는 흔치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꽤 오랜 시간을 교단에 있었던 나의 지론은 학생에 대한 사랑보다는 책임이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책임은 아무나 질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역시 그렇다고 내가 그리 뭐 책임감이 투철하다는 것도 아니다.)


2019. 5. 15 | 사무실


수국 화분이 들어올 때 같이 온 난초를 찍어봤다.

사무실 한가운데 캐비넷에 올려져 있는데, 난 이 친구가 좀 멍청해 보인다.  수국보다 훨씬 선명한 색과 아름다운 자태가 있긴 하지만.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바람과 햇살을 마음껏 받고 있는 수국 화분과 비교 되어서 그럴 것이다.


순자(荀子)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갈대 위에 열심히 둥지를 트는 몽구라는 새가 있지요.

바람이 불어 갈대가 꺾이면 알이 깨지고 말아요.

둥지를 잘못 지은 건 아니오. 다만 둥지의 위치가 나빴을 뿐.

사람 허리 높이만큼 자라는 사간이란 나무도 있소.

그러나 산 위에 자라면 수백 척 높이에도 닿을 수 있지.

나무의 줄기가 긴 게 아니오.

다만 그 위치가 좋았던 것.

사람도 마찬가지 아니겠소?"

- [한나라 이야기 1], 김태권, 비아북. 에서 인용.


찾아오는 제자들에게 내가 뭐그리 잘한 것도 없는데.. 라고 하면 오만일수도..

그저 이 '스승의 날'이 하루 빨리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 남아있는 전근대적? 아니 근대적 유산일 따름이다.


그러나 나는 좋은 선생이고 싶다.  내가 '몽구'라는 새인지, '사간'이라는 나무인지는 모르겠다.

'배움에 싫어하지 않고,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學而不厭, 誨人不倦)'는 공자의 말을 떠올려본다.

감히 다다를 수 없는 경지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좋은 선생이고 싶다.


투철한 직업의식, 사회적 선에 대한 입지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게 행복하기 때문이다.


강원국 작가의 말을 다시 갖고 와 본다.


"....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이런 때다.

모르는 것을 알고 깨달았을 때,

한 가지 일에 깊이 빠졌을 때,

내가 유능하다고 느낄 때,

무언가 성취했을 때,

인정받을 때,

누군가와 관계가 좋을 때,

마음이 고요할 때,

만족하고 감사할 때,

남을 돕거나 남과 협력할 때,

가치 있는 일을 추구할 때,

정의로운 편에 서 있다고 느낄 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라 느낄 때다."

- 강원국의 글쓰기 中, 강원국


저 중에 몇가지가 '좋은 선생이고 싶다'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저정도라도 차고 넘친다.

(저렇게 정리된 말로 나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강원국 작가에게 감사를~

인류의 모든 고사(苦思)를 미리 고민해준 선현들에게 존경을~

진정 스승들이시다 !!!)




 

2019. 5. 11 | 야탑역



공존의 그늘


야탑역 중고알라딘에 가서 두 권의 책을 샀다.

배가 고파서 무슨 인도? 동남아? 음식을 한다는 식당에 들렀다.  들어가서 보니 옛날에 식구들과 함께 와 본 곳이었다.

음식을 기다리다가 맞은 편에 앉은 나와 같은 종족을 발견했다. 

혼밥이 흔한 세태라고는 하지만 쉽게 찾아지는 종족은 아니다.

우리는 한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혼밥을 하려니... 하는 공감아우라가 형성되었음을, 우리는 느꼈으리라. 

인간 종족의 공존은 동물들의 공생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공존이라는 말은 무엇이고 고독과 소외는 무슨 뜻일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의 생각하는 방식을 형성한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공존'이라는 말이 생기기 이전에 공존이 있었을까?  고독과 소외라는 말의 정의가 있기 전에 고독과 소외가 존재했을까?

공존이라는 당위만 떠도는 세상이 오히려 고독과 소외를 부추기는 것이 아닐까.

어이구..머리야...

그날, 밥 맛은 없었다. 조금은 고독했다.  그 혼자라는 느낌이 고독의 정의에 맞다면. 고독했을 것이다.



두 권의 책


[천재 아라키의 괴짜 사진론, 아라키 노부요시 사진을 말하다] 아라키 노부요시, 포토넷.

[한장의 사진 미학, 진동선의 사진 천천히 읽기] 진동선, 예담.


이렇게 두 권이다.


[천재 아라키의...] 는 제목에 걸맞게 괴짜 책이다.  (천재라는 말은 자칭인지 몰라도) 이 책은 나와는 맞지 않았다. 차라리 사진만을 보여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책 만들기 참으로 쉽구나...ㅋ) 사람들의 찬사는 아마도 '사진'만이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장의 사진 미학..] 역시.. 나와 맞지 않았다.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고리타분하며, 필요이상으로 무겁고 보수적이었다. 

어쩌면 스마트폰의 출현 전?에 출간되었다는 것이 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거 문학이론이나 미학 서적을 봐야하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중간중간 삽입된 선택된 사진들은 눈길을 끄는 것이 많았다.  억측스러운 평론도 있긴 있긴 했으나(예를 들어 이부자리를 찍은 사진에 관한 거창한 평론... 내가 무식해서려니...) 이래서 평론가라는 직함을 달 수 있나보다는 생각을 했다.  

책에서 소개한 작가들의 사진을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 보았다.  이래서 예술사진이라고 하나보다....는.. !!



그리고 지금...


맥주를 마시고 있으며,

주방에 있는 배추전을 먹어서는 안된다!! 를 되뇌이고 있다. (바닥에 누워있어도 배가 나왔다는..ㅠㅠ)

그리고 오늘 제자가 자필로 써서 준 기형도의 '시작 메모'를 생각한다.

그래... 나는 비록 못난 선생이지만

너는 정말 훌륭한 제자구나.

내가 30이 넘어서야 알게된 것을 너는 벌써 깨우쳤구나!!

꼭 네가 원하는 '색채'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술의 힘이란 !!!   혼술 !!!



짜투리..


블로그 스킨을 최신 것으로 업데이트했다.

세련된 스킨에 만족..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이건 뭐 내가 만든 것처럼 느껴진다.ㅋㅋ

사진보다 잡글이 많은 블로그라...ㅠㅠ

별 사진 다시 시도하리라..


:: 2019. 5. 15. 07시 54분에 내용추가 및 오탈자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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