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s · 2021. 11. 21. 19:52
바다
너무 아름다웠다. 파도는 몇 겹으로 몰려왔다. 파도는 규칙적으로 철석이는 소리를 내지 않고 강풍이 쉼 없는 부는, 또는 소라 껍데기가 내는 그런 소리를 내었다. 뜻밖의 드라이브로 만끽하는 아름다움이었지만, 약간의 슬픔도 느껴졌다. 그래서 차라리 고행 苦行 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수능, 괜찮다. 네 맘껏 보렴. 큰 녀석이 아니라 나에게 던지는 위선적인 말. 어떤 존재에게 기도하고 싶은 마음. 그 존재를 믿지 않는 나. 아름다운 늦가을 바다에서 겪는 세속의 고행일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