耳目口心

『 허송세월 』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책방에서 골라 온 김훈의 『허송세월』을 펼쳤다.
 
책의 마지막 편, 어휘는 무겁고 내용은 더 무겁다.
『허송세월』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떠올렸던 것이지만, 이 마지막 편 _ 제목이 '새와 철모'이다. _ 을 빠르게 읽고 나자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은 영어 囹圄에 있는 그분에게 제목만 전한다. 
허.송.세.월.

'무게'를 감당할 깜냥이 되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1

이 길에는 속도방지턱이 많다. 날씨는 흐렸고 나는 미금역으로 향했다.
 
 
 
 
 

№ 2

붐비지 않는다.  미금역에서 두 정거장을 가면 서현역이다.
 
 
 
 
 

№ 3

서현역 도착. 한 시 전이다. 
 
 
 
 
 
 

№ 4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그런데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울적했다.
늦은 아침을 먹었지만,
아무래도 순대국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5

오랜만에 순대국 집을 찾았다.
맛은 여전히 좋다.  한 그릇에 6,000원 할 때부터 다녔다.
지금은 9,000원. 실내 확장 공사를 한 뒤로 조금 맛이 변.했.는데, 공사 전.후를 비교할 필요가 없이 여전히 맛있다.
이 집 순대국의 특징은 깻잎을 쓰고 부추 살짝 무침이 반찬으로 나온다. 보기에, 맛의 원천은 깻잎과 쫄깃거리는 수육 같다. 
이 집의 순대국은 내가 먹는 순댓국의 바로미터다.
 
 
 
 
 

№ 6

아침.점심을 한 번에 먹은 기분으로 식당을 나왔다. 눈이 더 내렸다.
 
 
 
 
 
 

№ 7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다.
김훈의 『허송세월』 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2024년 6월에 초판을 찍고, 7월 17일에 8쇄를 찍었다.
주저 않고 샀다. 최근에 산 전자책이 몇 권 있는데, 역시 종이책의 만족감이 크다.
 
 
 
 
 
 
 

№ 8

서점 옆의 카페에는 눈 때문인지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뜨끈한 커피 한 잔이 간절했지만, 카페마다 사람들이 붐볐다.
다시 미금역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빨리 돌아갈 줄 알았다면 머리를 감고 나설 필요가 없었는데....
 
 
 
 
 
 

№ 9

무슨 이유에선지, 버스가 오지 않았다. 안내판에도 '정보 없음'으로 나왔다.
눈 때문인가.... 싶었는데 기다린지 20여분 만에 갑자기 버스가 나타났다. 안내판에는 여전히 '정보 없음'..,.
맨 뒷자리에 앉아 창 밖 풍경을 찍었다.
 
 
 
 
 
 

№ 10

맨 뒤에서 최대 줌을 당겨 버스 앞 창을 찍었다.
 
 
 
 
 
 
 

№ 11

사람들이 건널목을 건널 때 다시 찍었다. 
집에서 열어보니 마음에 들어서 블로그에 따로 업로드했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도올 김용옥이 나왔다. 『상식』 이라는 신간을 들고 나왔다.
'주술적 세계관'을 말하고 있다.
근대적 가치, 탈주술적 세계관을 언급하며
'주술적 언어로 세계를 조작' 한 것에 대한 설명을 하는 중이다.
(옛날에 비해 쇠약해지신 느낌이 든다.)
 
갑자기 내용을 더 추가하고 싶다. 이거 길어지겠는데?
일단 다시 외출....
 


1. 책 고르기
태산처럼 말과 행동이 무거운 친구가 있다. 학창 시절에 이 친구를 따라 산행을 갔다가 '학'을 뗀 적이 있는데...ㅠㅠ
이 블로그 어디엔가 이 친구의 책 고르기에 대한 것이 있긴 한 데, 못 찾겠다. 
다시 써 본다.
사실 특별한 것 없다. 그냥 친구 이야기로 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댓글이 없던 옛날 식인데 이 친구는 여전할 것이다. 나도 아직 그렇다.
 
이 친구는  서문을 보고 산다. 작자가 쓴 서문에 그럴듯하게 설득이 되면 산다.
나는 목차를 본다. 목차에 눈에 띄는 장이 있으면 산다. 
둘의 공통점은 다른 이의 추천이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고
다른 점은 끝까지 읽느냐, 읽지 않느냐이다.
이 친구는 (틀림없이) 끝까지 읽는다.
나는 대개 끝까지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간에 시들해지면 멈춘다. 소설도 아니다... 싶으면 덮는다.
그래서 읽다 만 책이 많다. 언젠간 다시 펼칠 날이... 
 
2. 『무진기행』  김승옥. 민음사. 2007.
김승옥 작가의 단편을 모아 민음사에서 펴냈다. 첫 작품으로 실린 「무진기행」은 1964년에 《사상계》에 발표한 단편이다. 다시 찾아 읽은 이유는,
(유튜브) TV 문학관에서 「무진기행」_1981년 방영_을 봤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TV문학관'으로 검색하면 많은 작품을 무료로 볼 수가 있다. (한국고전영화 Korean Classic Film에도 다수의 작품이 있다. 역시 무료)
어라? 이런 내용이었던가 싶어서 다시 찾아 읽어 보았다.
욕망은 '안개' 로 무화되지 않는다. (마지막 문장이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다.) 주인공이 변명으로 주절거리는 문장이 근사하다. 그래서 약해. 빠진 주인공이 안쓰럽거나 불쌍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작품에 대한 전문가의 비평은 어떨지 몰라도 뭐 그렇게 고뇌하는 근대인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드라마는 소설과 다르다. 드라마로 소설 주인공의 상이 맺히는 것 같아서 별로다. 
드라마에는  김미숙이라는 연기자가 나오는데, 매력이 넘친다. 
 『무진기행』에 수록된 다른 작품들도 흥미롭다. 「서울의 달빛 0장(章)」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이 작품은 제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이다. 책의 뒤편에 있는 '작품 해설'은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서울의 달빛 0장」에서 김승옥은 더욱 공고화된 근대 자본주의의 매커니즘을 섹스 문제를 통해 소설화한다." 라는 해설은 너무 평이한 데다가 그 뒤로 이어지는 내용은... 높이가 안 맞다. 작가에 대한 평인지 소설 주인공에 대한 설명인지.. 몰러~
작품 해설을 찾아 읽은 이유는 70년대에 이 작가는 도대체 어떤 생각이었을까 의구심이 들어서다. 산업화와 자본주의로 설명하는 것은 얕게 느껴진다. 자학과 파괴..라면
정신분석이 필..

 
3. 『백년의 고독 1, 2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민음사. 1권은 1999년. 2권은 2000년 출간.
도전과제이다. 알라딘 전자책 뷰어는 왜 본문 확대가 안되는지 모르겠다. (글자크기는 조절을 할 수 있다.) 가계도가 있는데 글씨가 작아 안 보인다....여튼... 학창시절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끝내 읽고야 말았던 그 성취감을 얻고 싶을 따름이다. 도전 !
 
4. 『중국철학사 上, 下 』 펑유란 작, 박성규 옮김. 까치글방. 1999.
상권을 반쯤 읽다가 덮은 책. 이번에 다시 열었다. 연필로 그은 밑줄을 여러 군데서 발견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반갑다. 아, 내가 여기까지는 읽었구나..하고. 이 책 역시도 도전과제이다. 이번 방학에 상권까지는 꼭 읽어두고 싶다.
이 책은 이런 분에게 추천하고 싶다.

 
1. 밤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분.
2. 주말에 할 일이 없고 밤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분.
 
3. 동아시아 고전을 다룬 유튜브, 신문 잡지 칼럼에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분.
4. 음양오행, 주역 등에 대한 그때 당시의 기록(당시 사람들의 입장)이 궁금하신 분.
5. 우리 문화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으신 분.
 
한문은 몰라도 되고, 역사 지도를 통해 중국사 시대구분을 해 두면 더욱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사실 나는 음양오행이나 주역,  사주팔자, 무속 등이 21세기에 개인의 건강, 재물, 행운을 넘어 한 조직이나 국가 운영에 버젓이 횡행하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무속은 신령(神靈)의 영역이라 패스하고,

음양오행, 주역, 사주팔자 등은 조금만 검색해 봐도 그 대체를 알 수가 있다. 신비로워서 감탄을 자아내거나 삶의 지혜로구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영역도 아니다. 물론 검색은 공신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곳이라야 하겠다.

이러한 문화의 일부가 미신의 영역에서 여전히 판치고 있는 것은

내 생각에는 오랜 기간 축적된 문화의 무게도 있지만 사람의 심리 때문인 것 같다.

사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집단 속에 있을 때도, 혼자 있을 때도 늘 근원적인 불안에 시달린다.

 

오래전에 고미숙 작가의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를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사주명리학을 인문학적으로 써본다..는 기획으로 기억하는데 (아닌가?) 지금 생각해보면 도대체 어떤 근거가 있은가?는 의심이 든다.  아무리 인문학이 '그럴 듯 하게 말하는 것' 이라고는 하지만. 역사소설?처럼 읽었으면 이렇게 말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 책은 『갑자서당』이라는 역시 사주명리학 책과 함께 누굴 줘버려서 지금은 없다. 다시 구매할 의사는 없고, 언제고 도서관에 들러서 펼쳐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버려지지 않고 책꽂이에 생존해 있는 '사주명리학' 관련 책이 두 권이 있네. 『내 인생의 주역』, 『이허중명서』인데 호기심으로 볼 수는 있겠으나 추천하진 못하겠다. 차라리 『중국철학사』 상권으로 학술적 기본기에 충실한 것이 백만배 이롭다고 생각한다. 

 

 


5. 『허송세월』 김훈, 나남. 2024.
김훈 작가의 책은 읽은 적이 없다. 다른 이의 말과 글을 통해 '냉소적인 기질?'을 가진 작가인가...? 정도로 이해했던 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다.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었다. 꼭 나를 부르는 제목 같았기 때문이다...어찌하다가 뒤쪽부터 펼쳐보게 되었는데, 역시 무게가 있다.
 
"글을 써서 세상에 말을 걸 때
나의 독자는 당신 한 사람뿐이다.
나의 독자는 나의 2인칭(너)이다."
 


어이쿠... 더는 못하겠다.
TV문학관 다른 영상들과 최근에 본 영화, 드라마도 적으려고 했는데...
다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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