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는데
"너는 내가 처음 봤던 눈동자야"
라는 부분이 있더라.
벅스에서 검정치마의 '201[Special Edition]' 앨범 전곡을 다운 받았다.
들어보니, 모래사장에서 흠집난 만년필을 주운 기분이다.
심장 겉면을 기분 좋게 긁는 느낌이랄까. 좀 더 젊은 쪽 풍경을 돌아본 느낌이랄까.
아... 나는 정말 그대에게 사과한다.음악이 없으면 못 살 것 같다는 그대를 비웃었다.
늑구가 잡혔단다.
한반도 70%가 산지라고 하는데,
늑대 한 마리 깃들 곳이 없었나 보다.
'늑구'는 아마도 늑대와 '구(狗 - 뜻이 '개'이다.)'를 합친 것이 아닐까.
시골에서 황구, 백구하듯이. 늑구라는 이름은 꽤 친밀도가 높은 이름으로 들린다.
그래도 늑대인데,
결국 잡히거나 돌아오지 않고
어디 깊은 산속의 정령이 되었다는 전설 쪽이라면 지나친 낭만일까
포획보다는 더 괜찮을 성싶다고 생각하지만
인근 학교가 휴교령까지 내렸다고 하니까, 이번 생은 안전한 동물원에서...
어느 신문 기사 헤드라인,
'늑구, 먹이 보고도 경계부터... "또다시 구경거리로 만들지 말라"
경향신문에 "동물원에서 탈출한 동물을 스타나 '승리의 요정'으로 포장하여 특수를 누리는 시도들이 보이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 라는 대전충남녹색연합의 주장을 옮긴 것을 읽었다.
공감이 되지만 어쩌랴.
워낙에 이야기를 좋아하는 우리가 아니던가.
나는 그저 그들의 무료에 지친 눈빛과 표정에 마음이 안 좋을 따름이다.
고독과 고통의 이유와 근원을 모르는 존재들의
평화를 기원한다.
나도 거기에 포함이다.

- p21 -
{
- 이게 무슨 말인데? 평화 기원?
- 응? 그거? 말 그대로 마음의 평화.
나는 이불을 제치고 일어나 창가로 갔다. 저녁이 내려와 있었다. 맞은편 건물 유리창마다 불이 켜지고, 골목 입구 편의점 간판이 먼저 푸른빛을 냈다. 벌거벗은 등이 서늘했다. 침대 끝에 걸쳐 둔 수건을 집어 올릴까 하다가 말았다. 앞모습만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수없이 침대에서 뒹굴었지만 마주 서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녀는 서로가 너무 사랑해서 그렇다고 했다. 나는 영화 속 남녀의 정사 장면 때문이라고 했다.
창밖 큰길로 버스 한 대가 지나간다.
누군가 골목에서 나오며 버스를 향해 손을 든다.
버스는 주춤거리는 듯했지만 멈추지 않는다.
- 저 사람 봐.
그녀가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물었다.
- 누구.
- 버스를 향해 손 든 사람.
그녀가 몸을 일으켜 내 옆으로 왔다. 맨발이 바닥을 짚는 소리. 비릿하기도 하고 향기롭기도 한 냄새가 다가왔다.
- 누구? 저기 서 있는 사람?
- 응. 버스가 지나가는데 손을 들더라고.
- 정류장도 아닌데?
- 그러니까.
- 버스는 정해진 데만 서.
- 그렇지.
- 그런데 그게 뭐?
- 저 사람 계속 서 있잖아.
- ......
나는 창문에 비친 그녀와 나를 함께 보았다. 그녀의 둥근 어깨가 내 가슴 쪽에 밀착되었다.
유리창에 우리의 숨이 엷게 번졌다가 지워졌다.
멀리서 다른 버스의 불빛이 나타났다. 조금 전 그 사람은 아직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번에는 손을 들지 않았다. 길가에 가만히 서서 다가오는 불빛을 바라보기만 했다.
- 봐봐. 포기했네
그녀가 말했다.
- 아니야.
- 뭐가 아니야.
- 이번엔 버스가 먼저 알아서 서 주길 기다리는 거지.
그녀는 침대로 돌아갔다. 이불속에서 내 쪽을 보고 말했다.
- 당신의 평화는 글렀군.
- 무슨 말이야?
- 당신은 늘 그런 걸 좋아해.
- ....
-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저 사람이 안되어 보여?
나는 웃었다.
그녀 쪽으로 돌아서려다가,
다시 창밖을 보았다.
}
계단 오르기를 멈췄다.
차량 2부제로 걷는 시간이 많아진 데다가, 무리를 했나 싶다.
발두덩이 부어올라서 걷는 것이 불편하다. 비척비척 걷는다고 해야 하나...
웃프게도 어디에서 봤다.
운동을 안 해서 아프고
운동을 한 곳이 아프다.. 고
사는 게 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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