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t Baker의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를 듣는다.
느린 느릿한 템포가 매력적이다. 연주 중간에 들어오는 트럼펫이 매우 가깝다.
좀 더 멀다면 내 귀에는 더 좋겠다 싶다.
처음 듣는 곡이다. 특별한 기교가 느껴지지 않는 가수의 목소리가 좋다.
베이스에 귀를 기울이면 더 매력적인데, 이건 뭘 알아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뭘 몰라서 그렇다.

파일럿 만년필의 카트리지를 다시 비웠다.
차에 있던 '빨간색' 잉크를 갖고 왔다. 선물 받은 것인데, 분명히 빨간색 잉크라며 나를 위해 준비했다고 했다.
빨간 잉크를 쓰기 위해 펜촉을 세척한 뒤, 종이컵에 물을 담고 펜촉을 세워서 하루 동안 담가뒀다.
카트리지는 일회용이지만 다회용으로 써도 문제가 없다. 잘 씻어서 말렸다.
빨간색 잉크가 어떤 느낌일지를 생각하며 기대했다.
그런데, 빨간색이 아니다.
잉크를 주입할 때 이게 빨간색일까를 의심했는데,
써 보니 검은색이다.
그럼 그렇지,,,잉크병을 주의 깊게 살펴보니 black라고 쓰여 있다.
잉크도 만든 회사에 따라서 필감이 다른 것인가....?
다르다. 줄줄 흐르지 않고 메마른 느낌이다.
영화 《크림슨 타이드 Crimson Tide》 (1995)를 봤다.
명불허전. 몇 번을 봤는데도 대단한 작품이다.
옆 길로 새지 않고 대로를 직행, 단단히 뭉쳐진 주제를 보여준다.
[제 소견으로는....
핵이 있는 현세의 진정한 적은
전쟁 그 자체입니다.]
- 영화 크림슨 타이드. 부함장 대사
무지와 의심, 불안의 틈새로 들어오는 것은 무지막지한 혐오와 증오이다.
이건 자연발생적일 수도 있는 본능의 영역일 수도 있지만,
사회현상에서는 대개는 누군가 부추긴다. 특히 SNS를 타고 적개심과 공격성을 자극한다.
AI에게 매체(Media)를 물어보면,
'정보, 의사, 감정 등을 전달하는 수단이나 매개체'로 설명하더라. 중간에 끼여있는 것이다.
A를 B에게 전달, 연결하는. '매'는 '媒'로 '중매'이다.
『박찬욱의 오마주』를 읽는다.
거침없는 글이 재밌다.
[.... 그가 그럴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는 슬픔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벗어야 제 얼굴을 찾는 배트맨과는 반대로, 분을 칠해야 얼굴이 살색으로 돌아오는 사람, 언제나 무표정인 배트맨과는 달리, 속으로는 울어도 겉으로는 늘 웃는 표정이 지어져 있는 사람,
그래서 그는 자기의 비애를 감추기 위해 낄낄거리는 소리를 녹음해서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살인의 경고로 "창백한 달빛 아래서 악마와 춤춰본 적이 있는가?"라고 묻는 예술적 갱스터, 고색창연한 예술품에 독창적인 낙서를 가하는, 그러면서도 에드가 드가와 프랜시스 베이컨을 구별할 줄 아는 갱스터적 예술가, 그가 바로 조커다. ]
- 「누가 조커를 모함했는가」 영화 배트맨에 관한 글.
하나 더.
[그런 그가 존 웨인 이래 최고의 서부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얼굴 때문이다. 그의 안면은 그대로 하나의 풍경이다. 그것도 왕일드 웨스트의 풍경이다. 그의 눈두덩은 계곡과 같이 움푹 들어갔고 콧등은 산맥처럼 준엄하다. 눈가 주름은 강줄기처럼 갈라졌으며 그 강은 이미 말라버린 지 오래다. 피부는 사막과 같이 거칠고, 지저분한 수염은 덤불 내지는 선인장이다. 그 가운데 얇은 입술은 방울뱀처럼 시니컬하게 누웠고, 지열이 어떤지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으니 알 길이 없다. 눈동자 역시 거의 보이지 않는데, 너무 가늘도 눈썹 아래 그늘에 가린 나머지, 안 그래도 고온 건조한 풍경에 최소한의 습기도 제공하지 않는다. 요컨대 그의 얼굴은 황량하다. ]
- 「프롬 헬」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에 관한 글.
작품과 거리를 유지하는 비평이 아니라 관객의 시선과 가까운 글로 읽힌다. 다른 영화 비평에서 읽을 수 있는 글이 아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마 영화평론을 많이 읽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용서받지 못한 자'에 관한 글에는 더 재미있는 것도 있다. 세명의 남자, 즉 창녀에게 칼을 댄 목동, 잉글리시 밥.. 그리고 리틀 빌의 열등감에 관한 것인데.. 읽다가 낄낄댔다.. 직접 읽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해지기 전에 좀 걸으려고 했는데, 왼쪽 다리가 저렸다. 찌르르... 한 느낌이...
이것 참... 난감하다.
걷기 싫어서 그런 건가??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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