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비가 많이 나왔다.
차가 오래되니 이곳저곳 고장이 난다.
송풍구에서 가끔 '쉬---익'하는소리가 난 지도 몇 년이 지났다.
얼마 전에는 부모님과 병원을 다녀오는 길에 에어컨이 멈췄다.
길은 막히고, 차 안은 점점 더워졌다.
짜증도 그 속도에 맞춰 올라왔다.
지난 금요일, 정비소에 차를 맡겼다.
냉매가 다 빠져 있었고 금속관을 갈아야 한다고 했다.
예약 없이 간 탓에 점검도, 수리도 오래 걸렸다.
수리가 끝난 뒤 기술자가 말했다.
"이제 추울지도 모릅니다. 시원하게 여름 보내세요."
운전석에 앉으니 정말로 추웠다.
학창 시절.
시위 현장에서 친구 하나가 붙들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우리는 면회를 가기 위해 차 두 대에 나누어 탔다.
한 대는 부잣집 친구의 중형차였고, 다른 한 대는 지도 교수의 '프라이드'였다.
아마 1세대 프라이드 마지막 버전이었을 것이다.
후배들은 학번에 밀려 선택권 없이 프라이드에 올랐다.
그들은 에어컨을 넣지 않는 짠돌이 프라이드에 끼여 탄 채,
8월의 도시, 대구시를 가로질러, OO에 있는 구치소를 왕복해야 했다.
주말에 몇 편의 영화를 봤다.
《폭풍의 언덕》2026. 감독 에메랄드 페넬
나는 '폭풍의 언덕' 주인공이 '제인 에어'인 줄 알았다.
영화의 사전 정보는 그게 다였고, 그나마도 틀린 정보였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본 뒤, 도대체 원작은 어떤 내용이길래 이런 파격적인 연출이 나왔는지 궁금해져 결국 책까지 주문하고 말았다.
도대체 원작은 어떻게 되냐고!!!!
영화는 첫 장면부터 저으기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그 장면.
둘 다 파격적인, 울타리를 넘어선 연출이다.
하긴. 확실히 나도 나이가 들긴 했다. 인간의 억눌린 본능과 정욕을 다룬 시대극에서 그런 거친 장면이 없을 수는 없을 터다. 두터운 드레스가 더러운 돌바닥을 쓰는 시대 영화. 리얼한 우중충함. 문득 한국에서 만든 시대극의 배우들의 화장과 영화의 톤이 아쉽다. 배우들의 얼굴이 너무 깨끗하고 영화 톤이 밝다. 고작 얼굴에 검댕이 좀 묻히는 정도랄까. 반면 이 영화는 흙먼지 냄새가 날 것 같은 눅눅한 톤을 제대로 살렸다.
그러나 《폭풍의 언덕》은 두 장면 외에는 인상적인 것이 없다....
굳이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이 떠오른다.
여자 주인공을 시중드는 하인. 이 여자는 늘 책을 가까이하고 현명하다.
그리고 인도 사람으로 보이는 여자 주인공의 남편. 역시 합리적이고 현명하다.
2012년에 나온 《폭풍의 언덕》도 봐야겠다. 역시 영국 영화.
긴치마가 더러운 돌바닥을 쓸어가겠지?
책으로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다.

시원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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