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산성에서

행주산성은 덕양산에 있다.

덕양산은 높이가 대략 124m .  대략이라고 한 것은 123미터에서 125미터까지 다르게 검색이 되기 때문이다. 

낮은 산이다. 

그래도 산은 산인지라, 건물 2층에서 5층만 오르내리는 (그것도 자주 승강기를 이용한다.) 일상을 보내는 체력으론 다소 힘든 순간이 찾아 오기도 했다.

 

필름 똑딱이와 디카를 들고 천천히 걸었다.

가족이 가.끔 눈에 띄기도 했지만, 남녀가 대부분이었고 회사 동료로 보이는 무리도 있었다.

보통은 나 같은 단독인도 제법 출몰하는데

이 날은 보지 못했다.

 

2021. 11. 20

 

 

내년부터 근무를 원하는 지역을 세 군데 제출했다. 학교를 옮기는 데는 여러 상황과 경로가 있는데, 나는 이번에 지역만 쓰게 되는 경우다. 즉 어느 지역, 어느 학교급으로 갈 지 알 수 없다.  굳이 알려면 알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러지 않는다.

될대로 될 것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 먼거리, 가까운 거리. 이 네 가지가 조합된다.

될대로 되라지.

공립학교에서 학교를 옮기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같은 학교에서 평생 있으라면... 아.. 상상하기 힘들다.

사립학교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학교를 옮기는 것에 다른 생각을 하겠지만.

 

이것은 내 취향에도 맞다.

리셋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오랜 세월? 선생 노릇을 해 오던 어느 해부터 꼰대가 되는 것에 두려움이 생겼다.

그래서 유치하게도 '꼰대는 되지 말자'는 수칙을 세우기도 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서 꼰대는 되고 말고 할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꼰대는 나이가 드는 과정의 한 양태여서, 마치 점점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는 버스 노선과 같다. 그러니까 지나다 보면 나는 꼰대인 것이다. 

 

다행히 꼰대의 종류는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과 합의한 것이 '말을 짧게 하는 꼰대가 되자' 이거였다. ㅋㅋㅋ

 

나는 말을 짧게 할 수 있는 재주가 없다.

말을 짧게 한다는 것은 '작은 목소리'를 낼 줄 안다는 것이고 작은 목소리는 '꼭 필요한 말'을 시의적절하고 논리를 갖춘 것을 말한다.

 

작. 은. 목. 소. 리.

 

세상과 자기를 향한 작은 목소리.

작다는 말에 단단함이 느껴진다.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꼰대라면 좋을 것 같다.

 

어제 워크샵이 있었다. 어떤 설문조사 결과 지수를 놓고서 그 평가와 분석을 해보는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갑자기 비분강개가 치밀어 올라서 이번 '설문조사'의 타당성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집이었고 응답수가 많지 않음을 우선 꼬집고 싶었고, 5점~1점에서 3점을 '미흡'으로 분석하려는 근거가 뭐냐고 반문했다. 내년의 계획을 위해서라면 숫자가 아닌 구체적인 서술형 '진술'이 필요하며 그것이 의미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진술 때문에 설문의 응답률이 떨어진다면 공동체 구성원의 관심과 참여도가 낮은 것이고, 그것 자체로 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평가로 주어진 10분은 평가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말하고 싶었다는 것이지, 이렇게 말했다는 것은 아니다. 요지는 이 설문조사결과는 워크샵에서 평가지표로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다...이렇게 짧게 말해도 충분했다는 것이다.

 

후회되었다. 나는 어차피 다른 학교로 가게 될텐데 말이다.워크샵을 준비한 부서에 지나친 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식이면 요식으로 응하는 것이 편할 때가 많은데 말이다.

 

말을 짧게 하는 훈련.

글도 짧아져야 하나...??

아니다. 잡글은 허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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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없다

▒▒▒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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