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서

고릴라

 

[유인원관] 낮은 천장 아래에서 만났다.

어두웠다. 우리 안에는 큰 창이 나있어서 프레임 좌우의 밝기 차이가 심했다.

측광 설정도 모르겠다. 

자동 ISO 설정으로 감도가 높고 수동 렌즈라 초점 잡기도 어려웠다.

사진 찍기 힘들어 보였고, 고릴라가 누워만 있길래 한두장 찍고 나갈려고 했다.

그런데 녀석이 깨어나자 상황이 바뀌었다.

반복이 되더라도 여러 장을 묶어 올리고 설명도 길게 써붙인다.

 

렌즈는 

MC sonnar 135mm f3.5 carlzeiss jena DDR 이다.

여기까지 찍고 렌즈를 바꾸었다.

나는 어지간해서는 렌즈를 바꾸지 않는다. 아예 맞은 편 걸상에 앉아서 외투를 벗어놓았다.

그 이유는 유리 오늘쪽에서 발견한 문구 때문이다.

띄어쓰기 잘못한 것 까지 그대로 옮겨본다.

 

몰래관찰창

몰래조용히 관찰해 주세요.

동물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특수필름 처리하여

동물들은 관람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을 뿐이다.

녀석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을 뿐만아니라 내가 있는 쪽으로 뛰어와서 유리창을 쾅 하고 치고 갔다.

처음에 유리창을 쳤을 때, 나를 보고 치는 줄 알았다. 

보이지는 않을 지라도 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리창을 서너번이나 쳤다. 큰 소리가 났다.

 

아래 사진부터 konica hexanon 50mm 1.7로 찍었다.

2022-12-10

 

사실, 이것보다 훨씬 많은 사진을 찍었다.

아마추어로서 조금 마음에도 걸린다. 반칙 같기도 하고... 

그러나 녀석을 찍은 많은 사진을 다시 훑어보고 몇 장을 골랐다. 유리창 가까이에 있는 짚을 만지는 손길에서 느낀 그것,  "심심한 고통"을 앓는다.. 라는  주제로 엮어보기로 했다. 

그렇지만 이 역시 카메라를 목에 건 알량한 인간의 주제넘은 생각일 뿐이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는 바람을 쓰기에는 

글쎄다.. 나만 그런가. 잔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안전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라고 소심한 말로 닫는다. 

이미지 맵

별거없다

▒▒▒ nothing

    'photos'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