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어봐

옷을 언제 샀는지 모르겠다. 작년에 셔츠 몇벌_그것도 같은 색으로_을 산 적은 있는데 외투나, 양복 등의 '출근복' 개념이 적용되는 옷은... 기억이 없다.

학교를 옮기고 처음 만난 사람은 근사한 트렌츠 코트에 체크 무늬 바지를 입은 백발이 성성한 분이셨다. 나는 그곳 수장首長의 품격을 느꼈다. 그러나 그분은 알고보니 평교사였다. 관계에서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는 것은 더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첫인상 결정론.

 

2020-3-19

 

 

저 신발을 오래도 신었다. 프로스펙스. 청바지나 정장바지도 어울리겠다 싶어 사 신고는... 주구장창 신고 다녔다. 직장에서는 실내화 비스무리 한 것도 사용하지만 귀찮을 때가 많다. 저 신발은 뒤가 꺾이면서 아킬레스근을 자극하게 되어서 폐기했다. 내가 새 신발을 신고 출근하자, 신발 바꾸셨네요... 하며 반색하는 선생이 있었다. 뭐지? 

 

망년회다 신년회다 하면서 친구들을 몇년만에 만났다. 나는 장발에 바짓단이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아주 오래된 반코트를 걸치고 나갔다. 면도는 커녕 장발이라 헤어젤로 옆머리를 귀뒤로 넘겨 세팅했다. 그래봤자 사람도 오래되고 옷도 오래되었으니 추레한 모양새였나 보다.

나는 녀석들의 차림에서 나의 추레함을 발견했지만, 친구들은 달랐다.

 

"야, 수염 기른거 꽤 괜찮은데?"

 

괜찮을리 없는 이방 수염이지만, 친구들은 괜찮은 편이다.

 

이 학교에서 처음 만난 그 백발의 교사는 작년 2학기에 퇴임을 하셨다.

그 연세에 매의 눈매로 수업을 하셨고, 복도에서는 학생들의 어깨에 손을 얹고 나란히 걸으셨다.  그 선생님은 나와는 나이 차가 컸지만 한번도 하대 하신 적이 없다. 언제나 허리 굽혀 인사해 주셨다.  

퇴임하시면서 수건을 돌리셨다. 뭐가 감사한지 연신 감사하다고 하셨다.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그의 옷차림이 아닐 것이다.

 

"애들이 참 좋아하겠어요."

 

선생님, 저에게 주신 따뜻한 말씀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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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없다

▒▒▒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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