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와 반복_매향리 후기

2023-1-23

 

세 사람이 오전 작업을 마치고 귀가한다.

한 명은 식당 주인이고 나머지 두 명은 석화를 공급하는 사람이다.

한 명은 3년 전에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이고 두 사람은 현지인이다.

한 명은 여자이고 두 명은 남자이다.

현지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지만, 여자는 정작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을 좋아한다.

현지 남자는 서울에서 온 남자에게 느끼는 불편함이 자신이 여자를 좋아하는 감정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오랜 만에 매향리 고온항에 갔다. 왕복 두 시간의 운전에, 한 시간 삼십 분 가량 머물다 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식지 밖(外)에 처한 마음이 조작하는 서사 敍事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위의 이야기는 나의 상상이다. 세사람이 만든 각은 어떤 긴장된 힘을 느끼게 한다. 두 명이나 네 명에게는 긴장감이 없다. 너와 나, 그러고 나면 한 명이 남는다. 내가 걸어 온 길에서 그 한 명이 늘 나였던 것 같은 슬픈 느낌도 든다.

 

오늘은  고온항 철탑이 있는 방파제가 아닌 다른 곳을 걸었다. 가는데 30분, 오는데 30분이 걸렸다.  바다쪽으로 나있는 시멘트 길이 끝나자 거친 모래밭이 나왔다. 모래밭이 끝나는 곳이 보이지 않았다. 계속 걸으면 바다 건너 당진까지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 고온항은 여태 다녔던 중에 가장 사람이 많았다. 캠핑카도 있었고 텐트도 몇 동 보였다. 나는 춥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허리를 굽히고 팔짱을 끼고 걸었다. 캠핑이 허리를 굽게 만든 것일까? 여튼 사람들이 많아서 외롭지 않아서 좋았다. 식당에도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 봤다.) 그래서 동네도 한바퀴 돌아보았다. 어디에선가 아이들의 소리도 들렸다. 마을에 한결 생기가 느껴졌다. 그렇지만 내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곧 쓸쓸함이 밀려들었다. 발자국 소리를 따라 나의 숨결도 같이 걸었다.

영화 《일일시호일 日日是好日》에  가슴저림이 찾아온 이유를 이제사 알겠다. 반복된 행위, 규칙적인 동작, 정해진 순서,  양질의 전환... 뭐 그 따위 것들. 이름이 없다면 결코 존재하지 않았을 외로움. 

외로움과 다투지 말고 스스로를 위로하라.

 

"너희는 저마다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스스로에 의지하여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에 의지하여라."

- 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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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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