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향교 후기

며칠 전, 수원을 지나다가 수원향교가 생각이 났다. 그러나 향교 옆을 지나면서도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서 골목을 돌다가 돌아오고 말았다. 아쉬움이 남아서 운전 중에 향교에 전화를 해서 주차가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주차장이 있다고 했다. 

오늘 다시 수원 향교를 찾았다. 주차장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향교 옆 유림회관 건물 앞마당이었고 주차할 곳이 없었다. 후진을 해서 다시 나오느라 진땀을 흘렸다.  과감하게 팔달산 중턱 도로로 올라서니 많은 차들이 길 가에 주차되어 있었다. 거기에 주차하고 향교 쪽으로 내려왔다.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산山 오르막이 바로 시작되는 곳이라서 경사가 제법 있다. 교동(향교가 있는동네)이 준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은 오랜 만의 햇살 때문일 것이다. 산을 오르는 사람이나, 중턱 까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모두 활기차 보였다.  집들의 대문도 그렇고 하늘쪽 높다란 언덕배기도 그렇고 어쩐지 개방적인 느낌이 들었다. 

 

향교는 수리 중이었다. 그래서 대성전(大成殿)안을 편히 둘러볼 수 있었다. 대성전 왼편으로 들어서자 이언적, 박세채의 위패함이 바로 보였다. 안에는 공사를 하는 인부가 있었지만 사진을 찍어도 될까는 의구심이 들었고 조심스러웠다. 신神의 영역이니까.

공경의 태도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외면의 자세이고 그것으로 내면의 인성人性을 판단하기도 한다. 공경의 태도 한단계 아래로 내려가면 경외가 있고 거기에는 '두려움'이 있다.  공자는 '경이원지 之' 가 귀신을 대하는 지혜로운 태도라고 하였다. 공경하되 멀리하라. 두려워하되 멀리하라는 말이다. 현실적 문제는 인간의 영역이며 귀신 따위에 현혹되지 말라는 뜻일게다. 인터넷에는 '겉으로는 공경하는체 하지만 가까이 하지는 않는다.'라는 설명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렇게 확장해도 될까는 생각이 든다. '가까이 하지 마라.'는 것에 무게가 있을텐데. 겉과 속으로 말하는 것은 너무 가볍다. 

 

향교를 나와 주차된 곳으로 걷다보니 도서관이 있었다.

여긴 정말 좋은 곳이다.

 

2023-1-31

 

 

코니카 헥사논 50mm 1.7을 많이 쓴다.

내가 쓰는 카메라에선 탈색된 듯한, 강렬하지도 진하지도 않은 색을 보여준다.

눈이 편하고 욕심 내지 않게 만든다.

이미지 맵

별거없다

▒▒▒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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