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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입을 모아 "이제부터 이곳이 우리의 아지(아지트)다!" 라고 선언한 것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이들 특유의 치기였다. 그런데 운 좋게도 그들의 선택 이상으로 진지한 분위기가 그곳에는 있었다. 말하자면 몰아치는 비바람의 바깥 풍경이 보이는 커다란 창을 달고 있는 아늑한 거실이라든가, 배란다 창들 사이사이로 부드럽게 뿌려지는 햇살 하나하나 마다 다육이가 자리를 잡고 있는 그건 것 말이다.

찻집의 계단은 약간 회전하며 오르도록 되어 있는데 비라도 오는 날이면 두둑두둑이는 발소리가 양쪽 귀에서 울릴만큼이었고 좁기는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어깨를 모서리로 내주어야하는 판이었다. 계단을 다 오르면 가운데 자리 잡은 화목 난로가 보였다. 크기는 작았지만 가게 안의 공간을 압도할 만큼의 뜨기운 열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난로 위에는 세로로 길게 빠진 은빛 주전자가 힘차게 김을 뿜고 있었다. 주인은 3명의 청년이 주문한 커피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소곳한 제관(祭官)같은 손매 덕분에 길쭉하고 부드러운 손가락을 움직임다는 것이 틀림없이 보였다. 주인은 마치 제기를 받들 듯 반짝이는 검은 색 찻 잔 3개를 쟁반에 담아 천천히 화목난로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주전자의 뚜껑을 열고 집게로 찻 잔을 집어서 주전자 안에서 맹렬히 끓고 있는 물에 두 세번을 담구었다가 뺐다. 다시 쟁반에 올라 온 3개의 검은 잔은 금형에서 갓 찍어낸 빛나는 갑각류의 머리처럼 맨들거리면서 김을 피워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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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없다

▒▒▒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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