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실히 갈대는 흑백으로 보는 것이 좋다. 색을 잡기도 힘들고 tamron 70-300 이라면 더 그렇다.
후기를 위해서 맥주를 사왔다.
안주는 오징어 다리인데, 무슨 외계어 말린 것 같이 생겼고 맛은 지옥이다. 지난주에 소래에 가서 먹었던 새우가 얼마나 훌륭한 맛인지, 다시 새삼스럽다.
얼마 전에 헐값에 사들인 *istDS를 들고 소래생태공원에 갔다. 카메라의 시도보정장치가 고장 나서 불편했는데 결과물을 열어보니 아주 흡족했다. 그런데 아주 최상급 전투형 바디라서 깨끗한 것으로 한대 더 가지고 싶었다. 비싸다고 생각한 매물을 내놓은 판매자에게 접촉했다. 안되면 안 사고 말지라는 생각으로 값을 후려쳤는데? 거래가 이루어졌다.
택배로 받고 보니 보기 드문 소장형이다.!!! 바디도 렌즈도 !!! 스트랩도 !!!
붙어있는 번들렌즈가 내가 갖고 있는 것과 좀 달라 보여서 검색했더니, 역시 다른 번들렌즈이다.
붙어있는 것은 smc pentax DA 18-55mm F3.5-5.6AL이다.
갖고 있는 것은 smc pentax DA L 18-55mm F3.5-5.6AL이다.
DA는 금속 마운트이고, 우주최강이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DA L은 플라스틱 마운트에 달렌즈라고 불렸다고 한다. 모두 한 시절을 풍미했던 렌즈로 이제 두 개 다 소장하게 된 셈이다.
진지한 자세로 써보니까, 확실히 진득하고 떡진 색을 보여준다. 명부와 암부의 보정이 어려운데 좀 더 써 봐야겠다. 좋은 렌즈는 일반적으로 색이 분명하면서도 투명한 느낌을 준다. (계조가 좋다는 말이 이것인가?)
그러나 펜탁스 *istDS와 그의 번들이 보여주는 독특한 색감은 눈길을 끈다. 촬영 구도와 후보정 실력이 받쳐준다면 내가 원하는, 또는 생각 못한 느낌의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미끈한 사진을 선호하지 않는다.
펜탁스 바디와 렌즈가 여러 개가 되었다.
pentax K-m과 pentax *istDS 두 대.
번들렌즈 두 대와 pentax-A smc 50mm F1.4
상암동 하늘공원과 수원 행궁동은 미리 생각해 둔 장소였다. 해뜨기 전에 상암동으로 출발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행궁동에 들르기로 마음먹었다.
상암동은 이른 아침부터 이날의 마라톤 대회 때문에 사람들이 붐볐다. 각종 동호회, 직장별로 모둠을 이루어 몸풀기 뜀박질을 하고 있었다. 마라톤을 좋아하던 동료와 친구가 생각나서 땀냄새를 풍기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일일이 살폈다.
하늘공원으로 향하는 계단을 중간쯤 올랐을 때 서울 시장의 축사가 들렸다. 시장의 축사는 내려올 때도 들렸는데 참여인원이 워낙에 많아서 출발 시간별로 축사를 하는 것 같았다.
하늘 공원은 두 번째 방문이다. 그때는 직장 동료 한 분과 같이 이곳에 올랐다. 딱히 찍을 것이 없어서 작은 기념관?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는 휘황한 갈대와 억새. 떠오르는 햇살과 함께 했다. 그리고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며 사진으로 담았다. 행복했다. 사람들이 마구 올라올 때, 나는 내려왔다. 한 시간 삼십 분쯤 머물렀다.
다시 차를 달려 수원 행궁으로 향했다. 여태 행궁 안과 성벽을 따라 걸었는데 근처 상가와 마을을 돌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으로 담기 좋은 곳이 많았다. 물론 벽화마을은 여러 차례 찾아본 곳이다.
'메모리아 마넷' 이라는 카페에서 냉커피를 마셨다. 따뜻한 것을 주문했는데 찬 것이 나왔다. 옛 건물을 손봐서 카페로 만든 것 같았는데 마음에 드는 카페였다.
돌아가기 전. 벽화마을에 들렀다. 방향을 몰라서 관광안내소에 물어서 갔다. 예전과는 많이 변했더라. 벽화마을을 찾은 것은 긴 잉어가 그려져 있는 '금보여인숙'을 찍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맞은편에 주차된 차 때문에 벽화가 한 프레임에 들어오지 않았다. 길이 좁아서 차가 없더라도 한 프레임에 담기에 힘들어 보였다.
직장 근처에도 가을이 한창일 텐데, 햇살이 잘 들어오는 거리가 있으면 좋겠다.
드라마 《삼체》를 보고 실망해서 도서관에서 책으로 빌렸는데 세 권으로 나뉘어 있고 책 두께를 보고 놀랐다. 이 말을 들은 동료가 《삼체》에 실망한 이유를 물었다. 대충 얼버무렸는데 알고 보니 추리영화와 소설 마니아셨다. 당시에 딱히 떠오르는 추천작이 없었다. 이 참에 추천작을 여기에 써 본다. 그럼 다음번에 생각나겠지.
1. Y의 비극. 엘러리 퀸. 해문출판사
하나의 사건을 다뤘다. 추리 소설을 제대로 읽는 다면 이 책이 좋다고 본다. 세심하고 면밀한 설명과 묘사, 끝까지 읽으려면 머리가 좋아야 하는 소설이다. 난 좀 고생했다. 읽어보고 괜찮으면 같은 작가의 《XYZ 의 비극》에 도전해도 좋겠다.
2. 세계미스터리 걸작선. 아서 코난 도일 외. 도솔
단편 모음집이다. 40여 편이 넘는 작품이 수록되었다. 긴 겨울밤에 읽기 좋다.
3.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티그 라르손. 문학에디션 뿔
영화로 만들어져 유명하다. 재미도 있지만 유럽 문화를 간접체험 하기에도 좋다.
4.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존 르카레. 열린 책들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유명 배우들이 나올 뿐만 아니라 소설보다 더 좋다. 치밀하고 조용해서 숨 막힐 지경이다. 소설은 번역이... 불만이다. (열린 책들의 번역은...)
5.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존 르카레. 열린 책들
역시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도 재밌다.
6. 자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스. 동서문화사
역시 영화로 만들어졌다. 소설도 영화도 수작이다. 영화는 1973년작 《자칼의 날 The Day of The Jackal 》을 봐야 한다.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자칼》은 패스.
etc... 핑거스미스, 장미의 이름 등등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추천하고 싶은 것은
7. 검은 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
오랜동안 포의 책을 갖고 있었는데 어느 해 잃어버렸다. 표지 가운데 포의 비뚤어진 얼굴 사진이 있는 책인데... 어느 출판사인지 찾아봐도 없다. 이 책에 수록된 '도둑맞은 편지'와 '모르그 가의 살인' 그리고 '황금충'은 놀랍다. 추리 소설 팬이라면....
어이쿠... 열두 시네...
내일 출근.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