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11월 14일. 하루 휴가를 내고 원주 반계리 은행을 보기 위해 출사했다.

근처에 강천섬이 있어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렀다.

이른 시간이라 차는 막히지 않아서 반계리까지는 한시간 십여분이 걸렸다. 마을 초입부터 은행이 보였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더욱 거대했다. 해가 뜨지 않아서 우중충했다. 주차장에서 카메라를 세팅하고 펜탁스 istDS에 18-55 번들렌즈로 은행나무 멀찍이 찍어보았는데, LCD창에 뜬 은행잎은 노란색이 아니라 어두운 주황색이었다...

집에서 열어 본 파일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좀 지나치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이날 오후에 '심곡서원'에서 찍은 은행은 예의 '은행잎'의 색 그대로였다...!

화이트밸런스 문제인가 싶어서 이미 업로드한 '반계리 은행' 사진을 내리고 화이트밸런스를 재조정하여 노란색을 띄운 사진을 다시 게재했다. 사진이 탈색된 듯 힘과 생기가 떨어져 보인다...

화이트밸런스를 조정하는 것은 내게는 매우 힘든 일이다. 색에 대한 감각과 스포이드로 찍는 세밀함이 없어서 끈기 있게 매달리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측광부위와 화이트밸런스, 펜탁스 istDS의 특징이 뒤섞였다고 본다. 심곡서원의 은행이 제대로 나온 것은 아마 하늘이 프레임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말고...


한때, 사진에 관심을 보인 친구가 SNS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분의 사진강좌를 들었다고 했다. 

뭘 배웠나? 라고 물었더니 화이트밸런스 잡는 법을 강의했다고 했다. 강의 첫 부분이 화이트밸런스...라면 재미없겠는데?라고 했다. 뭐 내 입장에 그랬다. 그래고 침 튀기며 '내가 찍는 법'에 대해 말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1. 구도와 초점에만 신경쓴다.

2. 조리개는 가급적 조이고, 대상에 따라 열어 준다.

3. 조리개우선 모드로 찍고 수동 모드(M)는 안 쓴다.

4. 수동렌즈를 쓸 때는 셔터스피드 우선모드로 놓고 조리개는 적절히 조절한다.

5. 화이트밸런스는 무조건 자동으로 둔다.

6. ISO는 대부분 자동이며, 수동렌즈일 때는 무조건 자동이며, 노이즈에는 신경 안 쓴다.

이 모든 것에, 구도와 초점에만 신경 쓰고, 나머지는 후보정에서 조절한다.

 

이게 쉽고 빠르고 경제적으로 찍는 것이라 했다. 그런데 6가지나 되네.

물론 이것이 좋은 사진의 조건은 아니다. 완벽한 세팅이나 좋은 렌즈 역시도 좋은 사진의 조건은 아니다.

그럼? 좋은 사진은.... 

내가 찍는 방식이 이렇다 보니 측광이나 화이트밸런스가 들락일 때는 후보정에서 고생을 하나보다.. 싶다.


ILCE-7M3 ❘ tamron 70-300 F4.5-6.3

 

 

반계리에서 나오며 오른쪽에 펼쳐진 풍경을 찍었다. 끄트머리에만 남아있는 단풍이 괜찮아 보였기 때문이다.

옆에 있던 남자가 뭘 찍었소? 하길래 LCD 창을 열어 보여줬다. 남자는 핸드폰으로 똑같이 찍어서 나한테 보여줬는데, 그 선명함에 깜짝 놀랐다. 아니, 잠시 나온 해도 들어가고 다시 우중충한 날씨로 되돌아왔는데, 핸드폰에 뜬 장면은 마치 한여름 해수욕장 풍경처럼 선명했다. 나도 핸드폰으로 찍어보려다가 따라 하는 것으로 보일까 봐 관뒀다.


강천섬까지는 금방이었다. 사람이 없었는데도 주차장 안내원이 나와있었다.

들어가는 길이 예전보다 많이 정비되어 있었다. 회색 하늘 아래에서 포플러. 절정의 시기는 지나서 감흥이 없었다.4명의 가족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istDS ❘ smc pentax da18-55 f3.5-5.6

 

 

 

떡진 정서에 딱 알맞은 사진이라고 느낀다. 나와 닮았다.

사진을 취미로 하기 참 잘했다. 근처에 같이 사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곧 퇴임하는 선배가 사진 입문을 하신다고 하니 내년에는 어쩌면 이곳에서 서로를 찍을 수도 있겠다.

화이트밸런스? 그거 그냥 자동으로 두시면 됩니다. 아는 체 좀 해보자.

 

뉴스 끊었다. 두 개의 신문사 앱도 며칠째 열어보지 않았다.

조합에서 이런저런 메시지가 들어온다. 읽지도 않고 삭제. 유튜브도 열지 않는다. 

분노 유발자. 

 

"책임감의 실종은 권위에 대한 복종의 가장 흔한 결과다." -스탠리 밀그램

 


- 거실에 『이방인』하고 『여행의 기술』있던데, 빌렸냐?

- 작은 방 책꽂이에 있던데?

-........『여행의 기술』은 패스하지 그래?

- 왜?

- 재미없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어. 나온 지 너무 오래되기 했고.

-.....

- 『이방인』은 뫼르소란 인간이...

- 아, 그만. 말하면 재미없어.

-.... 그거 읽고 나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날에...

- 아, 그만.

- 차라리 『사피엔스』를 읽어.

- 두꺼워서 싫다.

-..... 하긴, 그것도 오래되었어.

- .....

- 「황금벌레」는 어때?

- 그건 또 뭐냐고..

- 얇은 책으론 최고라서..

 

- .......


맥주 사러 가자.

지옥 맛이 나는 오징어는 패스.

내일부터는 브런치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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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없다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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