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이젠

이젠 한가로워진 저녁시간.

사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 이천 도예촌에 가서 불타는 가마 안에 장작을 던져 넣는 소년을 찍은 기억이 났다.

하드디스크를 바꿔 끼우며 찾았는데 없더라.

기록은 기억에 앞선다고 했는데

아니 기록은 기억을 지배할 수도 있는데 기억만 있고 기록이 없다.

분명히 있기에, 파일을 뒤지는 조바심이 났다.

없다.

분명히 없다.

대신 십수년간 보지 않았던 다른 기록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보조개가 패인 내 얼굴, 필름 카메라를 거꾸로 들고 있는 큰 녀석. 둘째 녀석의 함박웃음.

훨씬 젊은 아내와 부모님들.

기록에 지배된 기억은 슬픔인가.

 

사라진 사진에 미련을 버렸다.

 

2023-11-16

 

 

 

https://www.youtube.com/watch?v=178mwdEmx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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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없다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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