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날이 바뀌고

지금 주변의 것

 

방금 나가서 사온 맥주, 붕어싸만코, 문어맛 오징어(뭐지?)

그리고 존 바에즈가 부르는 imagine, USB에 꽂힌 BTD600, 헤드폰, 맥주가 선사 한 평화. 《천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 《체호프 단편선》...

 

낮에는 큰 녀석을 데리고 롯데몰에 갔다. 부대찌개와 맥주를 마셨다. 잔을 하나 더 달라고 하자 큰 녀석에게 민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아직 입학도 안했는데 나는 교환학생 얘기를 꺼냈다. 중국 생활 비용이 얼마나 들지는 모르지만, 알바 하면서 넓은 곳을 보라고 했다. 

대학 시절에 중국에서 온 교환 교수들과 잠깐 교류한 적이 있다. 우리가 중국어가 안되어서 형편없는 영어로 의사 소통을 했다. 우리는 맞담배를 피웠고, 한 대를 다 피우고 나면 그들은 반드시 또 한 대 더 권했다.  우리도 그들을 따라서 담배를 권했다. 반쯤 찬 술잔도 그대로 두지 않고 첨잔했다. 늙수그래 한 중년의 그들이었지만 머리에 피도 안마른 우리를 정중하게 대했다. 참 좋은 경험이었다.

만약 그때 교환 학생 제도를 알았더라면, 내가 좀 더 진취적 기상이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했다. 큰 녀석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선택은 녀석의 몫이니까.

약간 취한 상태로 둘이서 아바타2를 봤다. 의자가 180도로 넘어가는 특별한 상영관이었는데 관람료도 특별히 비쌌다. 영화는 괜찮았다. 상상력과 스토리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2023-2-12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입구

 

열시가 넘어서 독서실에서 돌아온 둘째 녀석.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한 녀석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여전히 자기 방은 폭탄을 맞은 것처럼 개판이지만, 스스로 공부하고 부족을 아쉬워하는 폼이 마음에 든다. 녀석의 변신을 알게 된 것은 일년 전 강화도 여행 때다. 강화도 통일전망대는 일정에 없었지만 표지판을 보고 방향을 잡았다. 가는 길에 해병대 초소를 만났는데, 두명의 앳된 해병이 지키고 있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갔겠지만, 갑자기 작은 녀석에게 아빠의 존엄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차창을 열고 몇마디 대화를 나눴다.

강화도 여행이 2022년 1월 25일이었으니까 추웠을 때다. 두 명의 해병은 얼굴이 트고 굳은 표정이었지만 체구가 당당하고 기합이 들어있었다.

총 들고 그냥 서 있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저 임무의 책임은 무한대이다. 너하고 나이 차이도 별로 안나는데 눈빛 봤냐?

뭐 이렇게 말한 것 같다.

아빠 방위였잖어? 응 그래도 해병대에서 근무했어....

전망대에서 손에 잡힐 듯한 북한 땅도 보고, 장갑차도 구경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나는 깨달았다.

녀석은 이미 '스스로' 성장해 있었다. 나는 그저 거들 뿐.

 

며칠 전에는 방배동에서 친구와 맥주를 마셨다. 무슨 할매맥주?인가 하는 곳인데 맛이 싱겁다고 느꼈지만, 일어설 때는 꽤 취했다. 돌아오는 지옥철 안은 많은 사람들이 갓 나온 순두부처럼 밀고 밀렸지만 정작 내 사방의 인간은 딱 네 명 뿐이었다. 나 역시 그 네 명의 사방 중 하나로 길항하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 진동하고 있는 것은 나뿐이라고 생각했다. 무한한 고독감과 정적, 원망이 들었다.

그러나 사방, 원방의 핸드폰 화면은 실컷 봤다. 웹툰 아니면 유투브더라. 그들은 나와는 달랐지만 그들 근처에도 고독과 정적이 존재했다. 

 

 

Neil young의 Heart of Gold 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ODhlS-a4C8

 

 

-- 아..ㅠㅠ 술이 모자르네..

업무 메신저 받고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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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없다

▒▒▒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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