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속에서 아리한 울림을

한번으론 안될 것이다. 여러 차례 내 귀와 눈에 스쳤을 것이다.

내 머릿속이나 살짝 깊은 내피, 또는 뼈 속 어디쯤 기억되기 위해선.

그 울림이나, 장면. 또는 향기도 모두 교잡 가능한 같은 종이 틀림없을 것이다.

어느 하나를 잡아 당겨도 모든 것이 딸려온다. 

 

어찌어찌 하다가 'midnight blue'란 곡을 들었다. 분명히 처음인 것 같은데 귀에 익숙하다. 뭐지?

그시절은 뭐든 대충 비슷했다 이건가? 아니다 언제고 들었을 것이다.

 

 

2023-5.

 

이날도 비가 왔다. 매장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압구정로데오역에서 내려 한모퉁이만 돌면 된다. 다만 어려운 것은 내 마음의 평정이다. 오랜만일까? 좀 쫄았기 때문이다.

그 옛날 연애시절, 아내가 가방을 사주겠다며 같이 간 매장이 '무크'란 곳이었다. 나는 밖에서 가게 안의 흰색 블라우스와 검은 바지, 검은 구두 차림의 점원들을 보고 기가 죽어버렸다. 억지로 안에 들어가서도 한바퀴 돌지도 않고 점원이 권하는 가방에 고개를 끄덕거릴 수 밖에 없었다. 머... 어차피 선물이라니까.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비가 조금 흩뿌리는 중에 매장 정문을 보자 약간 긴장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고 천성인 탓도 있을 것이다. 바다색 셔츠가 빗물에 더욱 짙어졌다.

그러나 점원의 친절은 매우 합리적이어서 나는 금세 기를 회복했다. 매장 안을 휘휘 둘러보기도 했고 질문도 했다. 점원은 지나치게 허리를 굽히지도 않고 펴지도 않았다. 나는 마음이 편했다. 갑자기 공자가 떠올랐다. 적시적소의 행동. 약간 미안한 듯, 혹시라도 불편을 끼칠까 염려된다는 말투.

매장을 나오자 비는 더 많이 내리고 있었다.


이미 여러 개의 헤드폰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여러 개의 이어폰이 추가되었고 꼬다리 dac와 DAP가 갖추어졌다. 예전부터 음악은 멋지고 아름다웠지만, 더욱 멋지고 아름다워졌다. 고집했던 내 취향은 쉽게 무너졌다. 벽이 무너졌으니 자유로워졌다고 해얄 것이다. 물론 지갑은 너덜너덜해졌다. 시행착오(분수에 맞지 않는 지출)는 감수해야 하지만, 렌즈 하나 아낀 것이 아니라서 문제다.ㅠㅠ  누군가 음악감상 취미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단 20만원! 으로 됩니다. !!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짧지만 제법 돌아다녀 본 짬이다.  물론 그에게 삽겹살도 얻어 먹을 것이다.

 


세상의 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웠나

세상의 소리가 이렇게 슬펐나

세상의 소리가 이렇게 화가 났었나

,

그렇나 싶다.

이미지 맵

별거없다

▒▒▒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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