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질 또는 거꾸로 걷기

2023-6-5

 

 

수월우 란에 알리발 케이블을 끼웠다.

기본 케이블도 좋지만, 케이블을 바꾸면 정말 소리가 달라지는지 궁금해다.

달라졌다. 내가 평할 수 있는 최대치는 이것이다.

(운 좋게도) 좀 더 부드러워졌고 맑아졌다. 여러 곳에서 란에 대한 찬사를 읽을 수 있다.

무선이 대세이고 이어폰 단자가 사라진 지금,

이게 뭔 일인가 싶다. 아무리 싸다고 하지만.

마치 이태준의 《무서록》 을 다시 꺼내 읽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무서록》 범우사. 2011

이태준은 《문장강화》로 만났다. 《문장강화》는 94년 창비에서 펴낸 것을 아직 갖고 있다. 책 장은 사각 비네팅이 생겼고 습기가 빠져나가서 무게가 가벼워졌다. 《무서록》도 보풀이 날리기 시작해서 누워서 책을 펼치면 눈을 비비가 일쑤다. 그러나 문고판이 주는 단아함은 자꾸만 책을 펼치게 만든다. 게다가 그 내용이라니!!

가볍게 쓴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그것이 어려운 일이다.  뭔가를 쓰고 싶고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중력에 이끌려 그에 의지해서 쓰다보면 자칫 무겁고 우중충해지기 십상이다.  

 

나는 신촌역을 내려서도 이 '울문 뭘 하니? 울어두 안 될 걸 우는 건 바보야' 소리를 생각하며 걸었다.

그러나 이 말이나 이 말의 주인공은 점점 내 마음속에서 멀어가는 대신 점점 가까이 떠오르는 것은 그 재봉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소녀이다. 그는 오늘도 울고 있을 것 같고 또 언제든지 그 잃어버린 조그마한 자기 작품이 생각날 때마다 서러울 것이다.

등어리를 조각 조각 기워 입은 것을 보아 색헝겊 한 오리 쉽게 얻을 수 있는 아이는 아니었다. 어머니께 조르고 동무에게 얻고 해서 무엇인지 모르나 구석을 찾아 앉아 동생보지 않는다고 꾸지람을 들어가며 정성껏,솜씨껏 마르고, 호고, 감치고 했을 것이다. 그것이 여러 동무의 것을 제쳐놓고 선생님의 칭찬을 차지하게 될 때, 소녀는 세상일에 그처럼 가슴이 뛰어본 적은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이제 하학만 하면 어서 가지고 집으로 가서 부모님께도 좋은 끗수 받은 것을 자랑하며 보여드리려던 것이 그만 없어지고 말았다.

소녀에게 있어선 결코 작은사건이 아니요 작은 슬픔이 아닐 것이다.

 

- 「작품애(作品愛)」 중, 《무서록》

 

《무서록》은 예전에도 읽었지만 지금에야  이 부분이 인상깊다. 나이 탓이려니.. 한다. 이제는 뭘 굳이 기억할 생각이 없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 칼 포퍼. 이한구 옮김. 민음사. 2018.

답답해서 책이라도 '열린 사회'를 읽어야겠다 싶어서 펼쳐봤다.  술술 잘도 읽힌다. 어디까지 나갈지는 모른다.

 

영화 《비버리 힐스 캅 1985.

주인공(흑인이다.)이 거리에서 마이클잭슨의 복장을 입고 가는 사람들을 보고 키득거린다.

 

영화  《시수 SISU2023.

탱크. 탱크. !!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 2015.

가로등이 켜진 골목길이 참 아름답다. 이민휘라는 가수를 알게되었다.

 

그리고.... 

..................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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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없다

▒▒▒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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