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급똥

* 취식 중 읽기 금지.

 

방문증을 반납할 때 부터 뭔가 이상했다.

얼굴은 상기되었고 목덜미에 흐른 땀 때문에 방문증이 잘 벗겨지지 않았다.

차에서도 상기된 얼굴이 가라않지 않았고 더위를 느꼈다.

그러고 말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그것은 장을 빨리 비워내고 싶다는 신호였다...

고속도로 접어들자 나는 곧 번뇌에 빠져들었다.

 

우스갯소리로 급똥을 말하곤 했지만,

몸에서 비오듯 땀이 쏟아지자 급똥이라는 말은 '위급한' 상황을 가리키는 것임이 새삼스러웠다.

도착 시간을 보니 집까지 30분.

중간에 휴게소가 없다. 다만 졸음쉼터가 있다. 문제는 어디쯤인지 모르겠다는 것...

오른쪽 다리가 저려오기 시작했다.. 

30분은 커녕 3분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느낌이 왔다.

화장실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상상되었다. 배변의 쾌감이 손에 잡힐 듯 아득했다.

 

나는 결국 각오를 했다.

쌀 수 밖에 없겠구나...

문화인을 포기할 수 밖에 없겠구나..

아.. 핸들을 잡은 채 싸는구나..

 

순간, 전방에 졸음쉼터가 있다는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땀에 절은 머리를 굴렸다.

주차가 어떻게 될까, 화장실은 있겠지? 줄을 서야하는 것은 아닐까?

어떤 상황이든, 나는 3분을 버틸 수 없었다.

 

졸음쉼터로 빠지자마자 바로 주차가 가능했다.

뛸 수가 없어 이를 악물고 걸었다.

화장실에 줄은 없었다. 문을 열자 향긋한 비누향이 풍겨왔다.

그리고 해탈의 순간을 맞이했다.

2009-3-7

 

 

 

트럭 까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샀다. 시원하게 빨아당긴 다음,

졸음쉼터 화장실을 향해 크게 합장했다.

덕분에 추한 모습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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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없다

▒▒▒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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