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주인장에게 물었다.
-저기 앉으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나?
-제대로 봤네. 낙조 명소라고 할 수 있을 정도지.
이날 낙조는 없었지만, 차에 가서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나왔다.
28mm 렌즈로 찍을 광경. 카메라를 삼각대에 걸기 전에 테스트로 한 장 찍었다.
그런데 메모리 카드가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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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똑딱이가 있긴 했지만 꺼내지 않았다. 그냥 휴대전화로 찍었다.
비가 그친 뒤,
여름의 긴 낮은 농막 밖 풍경을 오랫동안 보여 주었다.
친구는 술을 섞어 연거푸 건넸다. 우린 언제고 나누었을 각자의 이야기를 이날의 버전으로 다시 나누었다.
밤이 짧아 아쉬웠지만 불을 밝힌 이야기는 길게 이어졌다.
친구는 얼마 전에 호밀밭을 다 갈아엎었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을 심을까 즐거운 고민을 했다. 나는 해바라기를 권했다. 인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멋진 농막이 될 것이라고 했다. 모두들 취기 때문에 동의했다.
갈아 엎은 짙은 고동색의 넓은 밭에 군무(群武)로 서 있는 해바라기를 상상해본다.
장관일 테지.
밀짚모자를 이녀석에게 씌우고 역광 상태로 찍으면 멋있을 것이다. 농부가 된 老醫師의 풍모를 미리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여길 일구어 논 실력과 정성으로 미루어, 꽤나 어울릴 것이다. 녀석의 표정은 그렇다치고.
다시 현실을 떠나 잠시라도 낭만에 깃들때 까지 모두 건강하기를.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